쟁선계 이재일의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

2013.11.09 06:30

무협소설 쟁선계는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십여년전 하이텔에 연재되던 당시에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하이텔 시리얼란에서는 최근 응답하라1994에서도 등장한 바 있는 이우혁의 퇴마록과 이영도의 드래곤라자가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 하이텔 무림동에서는 이재일의 쟁선계와 풍종호의 경혼기 지존록이 연재되기도 했다.

 

쟁쟁한 무협소설 작가는 대개 이 무림동 출신이 많은데, 이재일의 쟁선계는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 중 하나였다. 뒤늦게 이재일 작가가 26살부터 첫 문장을 쓰기 시작한 작품이라는걸 알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문장력이라는게 정말 지금봐도 대단하기 때문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정도의 작품 구성, 사건의 진행, 인물의 묘사를 보았을 때 일반소설 작가로 데뷔했다면 더큰 성공을 거두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 그러나 음악도 록이 있고 발라드가 있듯이 이재일의 영역은 무협소설이었나보다. 짐작일 뿐이지만 장르소설을 무척 좋아 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쟁선계이재일의 소설 쟁선계 12권까지 출간되었고, 현재 여러 이북사이트에서 유료 연재 중이다.

 

 

주인공 석대원

 

* 이 리뷰에는 미리니름(스포일러) 무궁무진하니 이를 저어하는 분들이라면 여기서 발길을 돌리길 바란다.

 

강동제일가는 둘째 부인의 아들인 석대원은 연벽제를 오라버니로 둔 어머니를 둔 죄로 쫒겨 나게 되는데, 이는 연벽제가 비각에 들어가기 위해 강동제일가의 가주를 제거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석대원은 형인 석대문 동생인 석대전 그리고 여동생과 헤어져 어린 나이에 한로와 함께 강동제일가를 나서 혈랑곡주의 진전을 잇게 된다.

 

"양수처럼 포근한 숙면 속을 떠돌다가 그가 최초로 느낀 촉감은 간지러움이었다."

 

위의 문장이 익숙한 분들이라면 쟁선계를 수도 없이 반복해서 본 분들일 가능성이 높다. 쟁선계는 말그대로 앞을 다투는 세상을 말하며, 이는 곧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세력간의 문제에 가깝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강호를 양분하고 있는 세력은 무양문과 신무전으로 나누어 지고 잠룡야가 이빨을 감추고 세상을 뒤집기 위해 암중 모색을 하고 있다.

 

여기서 음모의 주된 세력은 비각이다. 비각은 밀교의 중원 포교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곳이지만 이런 사실은 수뇌부만 알 뿐 나머지 구성원들은 명나라의 충성스러운 신하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줄 안다. 그들은 중원 뿐 아니라 새외까지 폭넓은 곳에서 공작을 벌인다.

 

세상을 다투는 다섯 고수 중에 신무전주 소철은 강북무림의 지배자로 천품을 지닌 무의 제왕이다. 마찬가지로 강남을 지배하는 무양문주 서문숭은 흔히 마교라 불리우는 백련교의 수장이며, 천선자와 혈랑곡주 그리고 잠룡야까지 더해 다섯이다. 

 

주인공의 사부이기도 한 천선자는 서문숭과 소철의 대립으로 강호가 크나큰 분쟁에 빠질 것을 우려하여 곤륜지회를 제안하고, 본인을 제외한 혈랑곡주와 잠룡야가 참여하게 된다. 그자리에서 가장 강한 인물은 바로 혈랑곡주로 곤륜지회 이후로 강호를 양분하는 거대세력을 이끌고 있는 서문숭과 소철의 균형을 이루게 해주는 중요한 존재였다. 그러나 그의 후예가 되어 강호로 나오게 된 석대원으로 인해 혈랑곡주의 귀천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고, 음모를 꾸미던 잠룡야는 이미 무림 곳곳에 뿌려놓은 공작을 수면위로 끌어 올리게 된다.

 

 

세력전의 원조

 

쟁선계는 도저히 20년전에 쓰여지기 시작한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력전에 대해 그 누구보다 제대로 다루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장르소설의 큰 변화라고 한다면 무협소설에서는 세력전에 대해 자세히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과 개인의 무공 연성과정 자체를 소재로 삼으며 1인칭 시점의 진행이 유행했는데, 시대를 앞선 쟁선계는 뛰어난 작품 구성으로 이미 훨씬 이전에 쓰여졌음에도 지금 기준으로 보아도 충분히 넘칠만큼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또한 정파의 딜레마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익을 위해 존재 하는 문파의 속성과 스스로 세운 명분이 아닌 충동질 당해 억지 명분인 줄도 모르고 그걸 지키려 하고, 피를 뿌려 가면서도 어리석은 행위를 멈추지 않는 부류들은 잠룡야의 음모에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들길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면과 동시에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 무양문주 서문숭는 새파랗게 젊은 시절에 이미 소림 최고의 고수를 격살하고 정파에서 사갈시 하는 백련교를 기반으로 하는 무양문을 세워 강호의 패자가 되었다. 서문숭은 정파를 싸그리 정리하지 않고 놔두었는데 세상을 어지럽히지 않기 위함이었다. 대신 십년 봉문을 명했고 사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구대문파는 치욕을 잊지 않고 씻어 내기 위해 무양문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며 헛된 피를 흘리길 주저하지 않는다. 오지 그것만이 진리인양. 그로 인해 의미 없이 죄 없는 많은 인명이 스러지고 만다. 복수는 원한을 부르고, 서로를 증오하며 살아가니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무협소설의 영원한 소재이기도 하지만...

 

한국무협의 진수를 맛보려면 군림천하와 쟁선계 이 두 작품을 반드시 꼽지 않을 수 없다.

 

 

 

미완결..그러나!

 

쟁선계는 아직도 미완결이다. 현재 책으로는 12권이 나와 있고, 이북으로는 9권까지 나왔다. 연재분량이 달라졌는데 이는 출간된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이북 기준으로 10권 이후가 올해부터 연재되고 있다. 이야기 전개상 중후반부에 이미 다다라 있기 때문에 작가분이 분발해 준다면 이 희대의 명작은 아무래도 멀지 않아 완결이 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용대운 작가의 군림천하와 더불어 장편 무협소설의 진수를 맛보길 기대 하며 글 마친다.

 

 

 

 

 

 

소옥 세상이야기 ,